에센셜오일

아로마테라피스트의 향기 블렌딩 4편 – 베티버로 단단하게 서는 감정훈련

kindgarden 2025. 6. 29. 00:52

감정이 무너지는 하루, 베티버 블렌딩으로 다시 중심을 세운 아로마테라피스트의 향기 기록. 흔들림 속에서도 단단함을 지켜주는 '감정 근력'을 키우는 향기의 힘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NAHA와 영국 ICAA(국제 아로마테라피 및 통합케어 협회)에서 인증받은 아로마테라피스트로,
감정에 따라 매일 다른 향기를 블렌딩하며 감정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향기 블렌딩 일기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감정적으로 쉽게 무너졌던 하루, ‘나를 지탱하는 힘’을 회복하기 위해 베티버(Vetiveria zizanioides) 오일을 중심으로 조합한 향기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베티버는 마치 땅에 깊게 뿌리 내린 나무처럼 무게감 있고 묵직한 향기로, 감정적 중심을 되찾고 싶을 때마다 제가 찾게 되는 오일입니다.

그날의 블렌딩은 단순한 향기의 조합이 아닌, 내면을 재정비하고 감정의 흔들림에 멈춰 서는 '감정 근력 훈련' 그 자체였습니다.

 

 

감정이 쉽게 무너지는 날, 뿌리부터 다시 붙잡는 향기 블렌딩

그날은 예상하지 못한 실망이 연이어 찾아온 저녁이었습니다.
계획은 어긋났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은 생각보다 깊게 내려앉았죠.
마음속에서는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같은 말들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라벤더와 베르가못을 꺼내 들었지만, 그날은 그런 부드러움보다는 ‘지지대’가 더 필요했습니다.
감정적으로 허물어지는 느낌이 강했기에, 저는 오랜만에 베티버 병을 꺼냈고, 그 짙은 향을 들이마시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내가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단단해지는 연습이야.”

 

아로마테라피스트의 향기 블렌딩 일기 – 베티버로 정서적 회복력을 키우는 방법

베티버로 만든 ‘감정 근력 루틴’

베티버는 인도 및 스리랑카 지역에서 자생하는 다년생 식물의 뿌리에서 추출된 정유로,
그 향은 흙, 나무, 뿌리의 성질을 그대로 담고 있는 깊고 묵직한 Earthy 계열의 아로마를 지닙니다.

이 오일은 특히 심리적으로 무게 중심이 무너졌을 때, 땅에 단단히 뿌리내리듯 정서적 고정점을 회복하는 데 탁월한 도움을 줍니다.
아로마테라피에서는 **대표적인 ‘그라운딩 오일’**로 분류되며, 정신적 안정과 정서적 복원을 위한 핵심 오일로 활용됩니다.

주요 화학 성분인 베티보넨(vetivone), 쿠슈몰(khusimol), 베티베롤(vetiverol) 등은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여 감정의 과도한 진폭을 낮추고,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억제하여 긴장 상태를 해소하는 신경학적 안정 작용을 유도합니다.

이는 곧 교감신경계의 항진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계의 작용을 강화함으로써
심박수 안정, 심리적 회복탄력성 증가, 심호흡 유도, 수면 질 개선 등 다양한 자율신경계 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베티버 향기는 특히 감정의 기반을 다시 세우고 싶을 때,
혹은 자기 신뢰와 정서적 탄성을 회복하고자 할 때 적합합니다.
심리적 근력을 기르기 위한 정서 웰니스 루틴에 있어, 베티버는 단순한 향을 넘어
뇌-신경계-감정 사이클을 조율하는 자연의 안정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날 제가 만든 블렌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베티버 3방울 – 감정 중심 세우기
  • 프랑킨센스 2방울 – 사고 명료화, 집중 회복
  • 카다멈 1방울 – 무게감 있는 조화와 활력 부여

이 조합은 마치 뿌리가 깊게 박힌 나무처럼 저를 감정적으로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호호바 오일에 희석해 롤온에 담고, 가슴 중앙과 손목, 배꼽 아래에 천천히 발라주었습니다.

그 향을 따라 깊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마치 땅 위에서 두 발을 단단히 딛는 듯한 안정감이 피어올랐습니다.

 

블렌딩 노트 기록

오늘의 감정 상태: 자기 의심, 감정 붕괴, 방향 상실
사용한 오일: 베티버 3, 프랑킨센스 2, 카다멈 1
향의 느낌: 묵직한 땅, 숲속 이끼, 나무뿌리의 감촉
블렌딩 이름: Core Reinforce – 중심을 다시 세우다

 

향기로 감정 근력을 기르는 작은 습관

감정은 원래 유동적인 것이지만, 우리는 그 감정에 휩쓸릴지, 다스릴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향기를 통해 감정의 방향을 되돌리는 연습을 합니다.
특히 베티버는 흔들리는 마음에 ‘정지’ 버튼을 눌러주는 향처럼 작용합니다.

무너지고 싶을 때,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향을 통해 잠시 멈춰보는 것.
그 짧은 멈춤 속에서 우리는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에센셜 오일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감정의 회복 기전과 연결된 ‘감각적 언어’입니다.
그 언어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외부의 피드백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향기 블렌딩은 나를 다잡는 작은 루틴입니다

베티버를 사용할 때마다 저는 나무 아래, 땅에 기대앉아 있는 상상을 합니다.
묵직한 향은 말없이 제 곁을 지켜주고, 아무 말 없이도 ‘괜찮다’는 감각을 남겨줍니다.

만약 오늘 감정이 이유 없이 흔들렸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무너지고 있다면,
베티버 향을 곁에 두어 보시길 바랍니다.

디퓨저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손등이나 티슈, 목 뒤에 한 방울만 떨어뜨리고
그 향을 따라 깊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흔들릴 수 있지만,
향기 하나로 다시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나 자신’이 있습니다.

 

이 글이 감정적으로 무너진 어느 날,
당신의 내면을 다시 세우는 작은 단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향기는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